기간제 교사만 11년. 새로운 시작.

2024. 4. 17. 11:15카테고리 없음

나는 2011년에 교대를 졸업했다. 올해가 2024년이니 벌써 13년이 흘렀구나. 시간 참 빠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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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그 해에는 임용 티오가 굉장히 적었고, 나 또한 공부가 부족했던 지라 보기 좋게 낙방하고 4월부터 기간제를 시작했었다. 2012년 임용에도 역시 공부가 부족했고 2013년에도 부족해서 총 3번이나 떨어졌다. 왜 이 많은 내용들을 외워야 하는지도 잘 몰랐고, 그냥 외우면 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질문이 생겼다. 

왜 그런말이 있지 않은가? 고시에서(임용이 고시까지는 아니지만서도 내게는 아무래도 그랬다.) 3번 떨어지면 접어야 한다고. 나는 이 시험과 맞지 않는 다는 생각이 들었다.

 

 

  그래서 13년에 과감히 접고 군대를 가버렸다. (도피라면 도피고 어쨌건 가야하는 곳이었고 더 미루기도 애매했으니까) 28살에 간 군대는 그야말로 재밌었다. 나이가 많이 들어 가니 군대에서 받는 훈련이니 뭐니 하는게 다 애들 장난 같았다. 

 

 

 

  2015년에 전역해서는 제주도로 삶의 본거지를 옮겼다. 그 때 만나던 사람이 캐나다 친구였는데 캐나다 이민까지 생각했던지라 우리가 안 살아 본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 고르고 고르다가 제주도로 삶의 본거지를 옮겼다. 첫 제주도 적응기는 그야말로 우당탕탕이었다. 제주도 지리, 문화 이런 것도 하나도 모르는 상태였으니 시행착오가 많았다.  그렇게 어찌저찌해서 제주도에서 기간제를 한지 어언 9년이 되었다. 시간은 참 빨랐다. 그 동안 잘 한거 못 한거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이 디스크 조각 모음 같은 경력이 무슨 도움이 되고 앞으로 어떻게 삶을 꾸려나갈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.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, 점점 더 일에 자신감이 없어지기 시작했다.  

 

  그러다 올해 드디어 공황이 왔다. 가슴이 터질듯이 뛰고, 몸이 떨리고 쓰러질 것 같은 감정이 들다가 결국엔 4월에 일하던 학교까지 그만 두게 되었다. 자발적 퇴사라 실업급여도 못 받는다고 한다. 일을 관두니 공황 증세는 괜찮아졌지만 이제는 수입원도 일자리도 다 끊어져 버렸다. 머리 속에는 '그 때 좀 그럴껄' 하는 껄껄껄 후회만 가득하고 패배감, 자격지심, 공허함, 무력감으로 가득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.

 

 

 

 

앞으로 어떻게 살지?